美 의회 방문한 머스크 "전기차 보조금 없애야… 테슬라만 득 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보조금을 포함한 모든 공제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5일(현지시간) 머스크는 비벡 라마스와미 공동 수장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과 면담하며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머스크는 이날 회의에서 연방 정부의 과도한 부채와 지출 문제를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비공개 회의에서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특정 지출 삭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정부의 36조 달러 규모의 부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강조했다. 머스크는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의 면담 이후 기자들에게 "국민의 세금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는 7,500달러(약 1,062만 원)의 세금 공제를 폐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머스크는 "모든 공제를 없애야 한다"고 명확히 답변했다. 그는 이미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를 통해 "정부는 보조금을 포함한 세액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7월에는 "보조금은 특정 기업에게만 유리하다"며 "모든 산업의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머스크가 지적한 보조금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3,69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법안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금, 대출,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 같은 보조금이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특정 기업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공화당도 내년 예산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에너지 및 기후 투자 예산이 주요 삭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와의 논의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말 추진 중인 연방 자금을 회수할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밝혔다. 이는 공화당이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보다 보수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머스크의 발언은 정부 규모 축소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 그는 정부가 민간 부문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말고, 시장이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정부 개입을 줄이려는 공화당의 장기적 목표와도 맥을 같이한다.

머스크의 이러한 입장은 테슬라와 같은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테슬라 CEO로서 자신이 속한 산업의 보조금 폐지를 주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테슬라가 정부 보조금 없이도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유 시장 경제의 원칙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의 정책 방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특히 연방 정부의 부채 문제와 청정에너지 전환 정책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기차 산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