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터리 공장 짓고 있는데…"트럼프, 세액공제 폐지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팀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45X)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한국 배터리 및 청정에너지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MPC는 미국 내 청정에너지 부품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제공되는 세액공제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이 이를 통해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아왔다.

트럼프 인수팀은 AMPC와 함께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지급되는 7500달러 세액공제 폐지도 검토 중이다. 법안 폐지에는 상원의 60표가 필요하지만, 공화당이 확보한 의석수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대신 과반 찬성(51명 이상)만으로 통과 가능한 법안 조정 방식을 통해 세액공제를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려는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추진해온 대규모 투자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AMPC를 통해 6768억 원의 세액공제를 받았으며, 현재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건, 애리조나 등에서 연간 20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목표로 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 중이다. SK온도 조지아주와 테네시, 켄터키주에 걸쳐 공장 설립을 확대하며 연간 생산 능력을 220GWh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AMPC 폐지가 현실화되면 이들 기업은 투자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으로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며 세액공제를 기대하고 있으나,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대로 AMPC가 폐지될 경우 예상치 못한 재정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태양광 패널 공장을 건설 중인데, 세액공제 폐지는 이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재개정과 보편관세 적용 역시 한국 배터리 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기존 USMCA를 활용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투자한 기업들은 무관세 혜택을 기대했으나, 보편관세가 적용될 경우 이 같은 기대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한편, IRA 조정안이 통과되려면 공화당 의원들의 전원 찬성에 가까운 지지가 필요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이에 반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 여름 18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IRA 폐지에 반대 의사를 밝힌 점은 한국 기업들에게 작은 희망을 남겨준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정부가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세제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를 포함한 관련 기업들은 잠재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미국 의회 내 반대 의견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