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텔, 결국 겔싱어 '축출'…파운드리 분할매각 가능성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이 공식 발표되면서 인텔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이를 '은퇴'라고 설명했지만, 과도한 투자 부담과 실적 악화로 인해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인텔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시장 내 치열한 경쟁 상황이 새로운 CEO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인텔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겔싱어는 반도체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인물입니다. 그는 18세에 인텔에 입사해 386과 486 CPU 설계를 주도하며 업계의 중심에 섰고, 최연소 임원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2021년 CEO로 복귀한 이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확장과 반도체 리쇼어링을 추진했으나, 과도한 투자와 성과 부진이 그의 리더십을 흔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인텔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경쟁에서 뒤처졌습니다. 동시에, 주요 수익원인 CPU 시장에서도 AMD에 밀리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재정 부담이 가중되었고, 이는 겔싱어 사임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지원금 삭감도 겔싱어에게 큰 타격이었습니다. 겔싱어는 반도체법 통과를 위해 로비에 적극 나섰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에 대한 지원금을 축소하며 투자 여력을 더욱 위축시켰습니다. 이는 실적 악화와 투자 부족, 정부 지원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습니다.

겔싱어의 사임에 대해 업계는 동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복귀 전부터 인텔은 연구개발 투자 부족과 전략적 혼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전임 CEO들의 문제와 조직 내 혼란이 겔싱어에게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구조적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비판보다는 인텔 전체의 위기 구조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인텔은 데이비드 진스너 CFO와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수석부사장을 공동 임시 CEO로 임명했지만, 정식 CEO 선임이 시급합니다. 그러나 인텔의 악화된 상황과 복잡한 시장 환경은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인텔의 사업부 분할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겔싱어의 사임 발표 이후 인텔의 주가는 장중 상승했지만 결국 하락 마감한 반면, AMD와 TSMC의 주가는 상승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인텔의 위기를 경쟁사들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인텔이 새로운 리더십 아래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결정될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