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 나선 네덜란드 "기술력 탄탄한 韓은 매력적인 파트너"

네덜란드 정부가 50여 년 만에 원자력 발전 용량을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원자력을 보완 솔루션으로 포함시켰다. 네덜란드 원자력발전 사절단의 애드 라우터 대표는 한국 방문 중 인터뷰에서 "원자력은 에너지 안보와 신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원자력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 정부가 안정적이고 탄소 중립적인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원자력을 에너지 믹스의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친환경 에너지 선도국으로 평가받지만, 에너지 수급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2050년까지 최대 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원자력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15%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 정부는 초기 자금으로 140억 유로를 배정했으며,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정보 투명성을 통해 원전 건설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라우터 대표는 원자력이 재생 가능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기저 전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소와 열 생산 등 다각적인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전 건설 후보지인 보르셀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여 원전 용량 확장에 동의할 조건을 설정하는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고 있다.

이번 방한은 원자력 기술 강국인 한국의 원전 생태계를 탐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기술적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미 한국수력원자력과 기술타당성 조사 계약을 맺었으며, 이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라우터 대표는 "한국의 성숙한 원자력 기술과 안전 실적은 네덜란드에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로 다가오게 만든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프랑스 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부지 설계 적합성 및 규정 준수 여부 등을 검토하는 기술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각국의 조사 결과는 네덜란드 정부의 최종 의사결정 및 입찰 과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라우터 대표는 "내년에는 기술 선택 절차를 시작하고, 이후 선정된 기술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기업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렌코는 영국 케이픈허스트에 첫 번째 SMR용 고농축 우라늄(HALEU)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2030년대 초반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설은 연간 약 10톤의 HALEU를 생산해 10개의 신형 SMR에 핵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와의 장기 계약에 따라 두 번째 HALEU 시설을 미국 유니스에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라우터 대표는 "SMR과 같은 신흥 시장일수록 정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상업 계약을 통해 민간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MR 기술이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네덜란드의 원전 확장 계획은 국제적인 협력과 기술 혁신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