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핵협의 보류는 신중한 조치…오스틴 방한, 추진하다 취소"

미국 국방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한미 간 주요 협의 일정 취소를 '신중한 결정'이라고 설명하며, 한국과의 관계에서 심각한 신뢰 문제가 발생했음을 시사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TTX) 연기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에서 벌어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며 신중함을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심야에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이에 대한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점에서 미국 측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4~5일 미국에서 예정됐던 NCG 4차 회의와 첫 번째 TTX 등 양국 간 주요 일정이 모두 무기한 연기되었다. 현재까지 회의 재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라이더 대변인은 이에 대해 "회의 날짜 재조정에 관한 추가 정보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편, 주한미군의 현재 태세에 대해 라이더 대변인은 "작전 태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으로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에 대한 내부적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한미 동맹의 기본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 계획 역시 이번 사태의 여파를 보여준다.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일본 방문을 예정하고 있지만, 한국 방문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오스틴 장관의 한국 방문 일정이 논의되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계엄 조치가 한국과 미국 간 군사적, 외교적 신뢰를 크게 흔들었음을 시사한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사임하면서 한국 국방부는 현재 장관 공석 상태에 있다. 이는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계엄이 선포된 역사적 사건으로, 윤 대통령은 현재 야권 주도의 탄핵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정세는 미국과 한국 간 협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오스틴 장관의 이번 일본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 임기 내 사실상 마지막 아시아 순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월 공식 출범할 예정인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마지막 기회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기조가 바이든 행정부와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간 협력 체계인 NCG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따른 상황을 "내정 문제"로 규정하며 공식 비판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동맹국 간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한미 관계의 긴장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동맹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