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계엄 사태에 美 의중은?…심상찮은 기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이 매우 신중하고 이례적인 수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은 공식적으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지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방한 보류와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연기 등으로 단기적인 한미 공조의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국내 문제로 간주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의 결정을 "심한 오판"이라고 비판하며,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 고위급 인사로서 이례적으로 강한 언사를 사용했다. 이어 국무부의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계엄 선포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영향을 지적하며 이 사태에 대해 답변이 필요한 많은 질문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정치적 결정을 단순히 관망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또한 주요 외교 일정의 연기를 결정하며, 간접적으로 한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방한 보류와 NCG 회의 연기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의 중요성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은 계엄령이 동맹국 간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강경한 반응은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상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주요 회원국으로, 이번 계엄 사태는 미국의 가치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더해, 병력 동원이 포함된 계엄령은 안보적으로도 위험 요소가 많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판단은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윤 대통령에게 계엄령의 위험성을 경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한반도의 안정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동맹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텔 부대변인은 한국의 민주적 시스템과 절차가 성공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을 표명하며, 한미동맹이 특정 대통령이나 정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북한, 중국 등 주요 지역 안보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기조에도 불구하고 한미공조에 단기적인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미칠 장기적 여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해서 한국 정부와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한미 관계가 다시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